오늘도 망설였습니다. 퇴근길에 카페에 들러 글을 쓰고 갈 것인가, 아니면 집으로 곧장 돌아갈 것인가의 사이에서 존재하는 망설임. 그리고 뻔히 속을 것을 알면서도 카페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마법의 주문이 있습니다. 은근하게 나 자신을 타이르는 느낌으로요. 일단 1시간만 해보자. 글이 써지든 안 써지든 1시간 후에는 집으로 가는 거야. 지금은 퇴근길도 북적이잖아. 안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 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 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비어있는 컵을 하나 상상해보실래요? 네, 앞에 놓여 있는 커피잔 같은 것이어도 좋고 커다란 맥주잔이어도 좋습니다. 컵을 떠올리셨나요? 좋습니다. 이제 그 컵에 동일한 양의 물을 채울 건데요. 1/500초 만에 그 컵에 채울 수 있는 파이프가 있고, 30초가 걸려야 그 컵에 채울 수 있는 파이프가 있어요. 1초도 아니고 1초를 다시 500개로
"제가 책임지고 키울 테니 뽑아주세요." 상사는 내 말에 꽤나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속으로 덩달아 놀랐다. 나도 내가 무슨 소릴 하나 싶었으니 말이다. 다른 말도 아니고 책임이라는 말을 꺼내다니. 회사에서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주제에 무슨 책임이란 말인가. 하지만 같이 놀라고 있을 틈은 없었다. 가슴속 이야기를 전하기에는 그것으로
나를 부르는 호칭, 나를 의미하는, 모두에게 나라는 사람을 '나'라고 인식하게 하는 것. 이름.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름이라는 건 태어날 때부터 이미 내 것이었다. 세상과 나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어릴 적에도 나는 내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도 내 이름은 늘 내 이름 같았다. 거기에는 한 치의